[칼럼] 고소·고발로 멍드는 태권도계, 이제는 자정과 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임장섭 대표 겸 발행인 khutkd5888@naver.com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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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이 고소·고발과 악성 민원, 각종 형사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와 이권을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깊어질수록 태권도인들의 마음에는 무거운 질문 하나가 남는다. 우리가 그토록 자랑해 온 무도의 품격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최근 경기도태권도협회 전·현직 회장을 둘러싼 사건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공적 성격을 가진 체육단체의 자금 집행에 의혹이 있다면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도 있다. 수사기관의 검찰 송치가 곧 유죄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사건의 경위와 절차, 당사자의 주장과 반론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확대·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언론과 태권도인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폭로나 편 가르기가 아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균형 잡힌 판단, 그리고 상대의 해명과 반론까지 귀 기울이는 자세다.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태권도는 원래 상대를 이기는 기술만을 가르치는 무도가 아니다. 강한 발차기보다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상대를 제압하기 전에 상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태권도의 정신이다.


하지만 오늘의 태권도계는 갈등이 생기면 대화보다 고소와 고발을 먼저 선택하고, 설득보다 비난을 앞세우며, 때로는 법적 다툼이 끝나기도 전에 여론의 법정에서 상대를 심판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억울함이 있다면 당연히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 번, 두 번의 정당한 문제 제기 역시 누구에게나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모든 분쟁이 끝없는 고소와 고발로 이어지고, 법적 판단이 나온 뒤에도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 채 또 계속해서 또다른 갈등을 만들어낸다면 결국 상처 입는 것은 특정 개인만이 아닌 태권도 전체가 멍든다.


잘못이 있다면 법에 따라 책임을 묻고, 억울함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절차와 판단이 이루어진 뒤에는 결과를 존중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성숙한 문화도 필요하다.


지금 태권도계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따로 있다. 화려한 경기장과 조직 내부의 갈등 뒤에서 정작 태권도의 뿌리인 일선 태권도장들이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수련생은 반토막으로 급감하여,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도장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평생 태권도를 지켜온 지도자들이 생존을 걱정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터전마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권도인들이 서로를 향해 고소장을 들이밀고 비난을 쏟아내며 끝없는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정작 소속 회원들을 위한 행정과 태권도 발전을 위한 노력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서로를 향한 싸움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동안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태권도의 미래는 과연 누가 책임지고 지킬 것인가.



태권도는 특정 개인의 것도, 특정 단체의 것도 아니다.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와 임원, 행정가와 원로, 그리고 이름 없이 태권도를 가르쳐 온 수많은 사범들이 함께 만들어 온 우리 모두의 공동 자산이다.


갈등과 반목 속에서 태권도의 품격을 잃는다면, 그 싸움에 승자가 있더라도 결국 태권도는 패배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고소장이 아니라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대화의 자리다. 또 한 번의 편 가르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정의 용기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경쟁이 아니라 함께 태권도의 미래를 살리는 상생의 지혜다.


멍드는 태권도계를 위해 이제는 자정과 품격을 말해야 한다. 고소와 고발의 악순환을 넘어 대화와 상생으로, 분열과 반목을 넘어 화합과 신뢰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다음 세대가 갈등과 싸움만을 기억하는 태권도계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태권도를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이 언젠가 우리에게 묻게 될 것이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예의와 존중을 가르치면서, 정작 스스로는 그 정신을 지켰습니까?” 그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고소장과 반목의 역사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잘못은 바로잡되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진정한 태권도의 정신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태권도인이 지켜야 할 무도의 품격이며, 우리가 반드시 되살려야 할 태권도의 길이다. 갈등의 끝에 승자는 없다. 태권도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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