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승인 대회 난립, 대한태권도협회 관리·감독 더는 미룰 수 없다

임장섭 대표 겸 발행인 khutkd5888@naver.com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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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태권도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먼저 앞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국 곳곳에서 공식 승인 없이 열리는 각종 ‘전국태권도대회’, ‘국제오픈 태권도대회’. 그 난립 양상은 이제 우려를 넘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태권도의 본질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대회’라는 타이틀만 앞세운 채 태권도의 위상은 끝없이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 태권도는 ‘국기(國技)’라는 상징성을 지닌 종목이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자 전 세계 215개국에서 수련되는 스포츠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위상과 달리, 국내 태권도 행정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비승인 전국·국제오픈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관리·감독의 공백에 대한 비판이 현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대회의 수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대회들이 난립하며 공정성, 안전성, 경기 운영의 전문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태권도협회는 산하 연맹체와 시·도 소속 심판원들의 비승인 대회 파견은, 결과적으로 해당 대회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소한 이 같은 심판 파견부터라도 엄격히 제한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비승인 대회들의 공통점은 과장된 타이틀이다. ‘전국대회’, ‘국제오픈’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를 모집하지만, 상당수는 공신력 없는 단체가 주최하고 경기 규정과 체급 기준, 심판 운영 방식조차 제각각이다. 통일된 기준이 없는 경기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성적 인정 여부를 둘러싼 혼란은 고스란히 선수와 학부모의 몫이 된다.


그 결과 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대회 성적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는지, 진학 자료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뒤늦게 비승인 대회임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비용은 되돌릴 수 없다. 협회에 문의해도 “승인 대회가 아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신은 갈수록 커져가고, 결국 태권도 대회 전반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무질서가 태권도 생태계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성과 통일성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기준이 무너지면, 실력보다 ‘대회 이력 쌓기’가 우선되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된다. 그 결과 선수 육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단기 성과 중심의 흐름이 자리 잡으며, 선수들은 수준에 맞지 않는 경쟁 속에서 성장의 방향을 잃는다. 결국 그 피해는 학생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엘리트 육성 기반마저 약화시키고 있다.


물론 비승인 대회가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생활체육인과 동호인에게는 대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태권도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이 관리 부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공신력 없는 대회가 공인 체계와 혼동되는 순간, 활성화라는 명분은 상업화로 변질되고 결국 태권도 전체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


대한민국 태권도 경기를 총괄하는 대한태권도협회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기에는 그 권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국기(國技) 태권도를 대표하는 중앙 단체라면 승인 대회 관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비승인 대회에 대한 실태 파악과 명확한 기준 제시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공인 체계를 혼동시키는 대회 명칭에 대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선수와 학부모가 대회의 공신력을 오인하지 않도록 사전 고지와 구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최소한의 장치도 필요하다.


태권도대회가 특정 단체의 수익 사업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선수의 꿈과 안전, 그리고 국가 스포츠의 신뢰가 걸린 공공 자산이다. 지금과 같은 비승인 대회 난립을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현장과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수 없다. 국기(國技) 종목을 총괄하는 중앙 단체로서, 기준을 세우고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분명히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책임과 의무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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