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화 (林美花) 전 국기원 이사
<AI 시대일수록, 태권도장은 사람을 키우는 인간 교육의 본산이어야 한다>
가천대학교 장세용 교수님의 기고문 "국기원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https://www.upkore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97447 를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다. 태권도 연구가 과학적 데이터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는 지적, 그리고 도장이 학부모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언어로 그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읽을수록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데이터는 '무엇을 얼마나'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태권도여야 하는가'는 설명할 수 있는가?
과학적 검증은 태권도의 중요한 언어 중 하나다. 무도(武道) 역시 신체를 매개로 하기에 생리학적, 역학적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칼로리 소모량과 근지구력 향상 데이터는 태권도의 신체적 효과를 증명하는 데 분명한 힘을 발휘한다. 그 점에서 교수님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다만, 그것이 '설계도의 전부'가 될 때 우리는 스스로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데이터는 경쟁에서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
태권도의 가치가 오직 '운동 효과'와 '칼로리 소모량'으로만 증명된다면, 우리는 주짓수, 크로스핏, 줄넘기 학원과의 가성비 경쟁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더 효율적인 운동은 언제든 등장한다. 데이터 싸움에서 태권도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학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태권도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심폐지구력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체 단련이라는 험난한 과정(수련)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克己)을 기르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어떤 시련 앞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 내면의 근육을 키워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이 태권도만이 가진 고유한 경쟁력이다. 그리고 이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철학의 언어로 설명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덧붙여진 '옵션'이 아니라 태권도의 '본질'이다.
물론 인성교육이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지적은 틀리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한다. 문제는 그 해법이 '인성교육을 줄이고 데이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된 태권도 사범들은 단순히 '인사 잘하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사범은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의(心醫), 즉 마음의 의사가 되어야 하며, 당장의 성과보다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모소대나무의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발차기의 각도를 수정하기 전에, 무도 수련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충동을 '절제'하고 삶의 균형을 잡을 것인지를 가르친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오랫동안 이어온 무도(武道)의 뼈대 그 자체다.
AI 시대, 태권도장이 더욱 절실한 이유.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수학 문제를 풀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처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일자리보고서 2025'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회복탄력성, 창의적 사고, 공감과 경청 능력을 꼽았다. 주목할 것은 이 역량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관계와 경험' 속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이다.
태권도 수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어떤 교육과도 구별되는 고유한 강점을 가진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신체적 실패의 반복, 사범과 선후배 사이의 위계와 배려가 공존하는 대면 관계, 겨루기에서 온몸으로 배우는 절제와 승패의 수용.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은 흔하지 않다. 적어도 지금 이 시대에, 알고리즘이 이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전국 1만여 개에 달하는 태권도 도장은 단순한 운동 시설이 아니다. 대도시 골목부터 농어촌 구석까지 촘촘하게 자리 잡은 이 공간들은, AI 시대가 앗아가고 있는 '몸으로 배우는 인간 교육'을 가장 넓게, 가장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다. 국기원은 이 잠재력을 직시해야 한다.

국기원의 진짜 역할은 두 날개를 함께 키우는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축이 함께 서야 태권도는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갖춘다. 생리학 데이터가 태권도의 '몸'을 설명한다면, 철학과 인문학은 태권도의 '영혼'을 설명한다. 몸만 있고 영혼이 없는 것은 기계이며, 영혼만 있고 몸이 없는 것은 관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기원이 진정으로 세워야 할 설계도는 생리학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AI 시대에 태권도장이 어떻게 인간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인가' 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현장에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태권도 인성교육 커리큘럼 개발, 사범 대상 인문학 소양 연수 의무화, 도장 교육철학 인증제 도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본동작의 궤적 속에서 '신독(愼獨)'의 가치를 찾아내고, 겨루기의 치열함 속에서 '상호 존중'의 철학을 어떻게 체계화하여 지도자들에게 교육할 것인가. 이 질문에 국기원이 먼저 답해야 한다. 숫자로 환산되는 신체 능력 향상은 이 깊은 정신적 수련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모래 위에 지은 성은 무너진다. 데이터 위에만 세운 태권도도 다르지 않다.
AI가 모든 것을 계산하는 시대일수록, 계산되지 않는 것의 가치는 더 빛난다. 사범의 참된 철학과 진심 어린 사랑으로 제자의 삶을 감동시키는 태권도는, 그 자체로 AI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간 교육의 정수(精髓)다.
국기원이 세워야 할 진정한 설계도는 바로 그 두 날개 위에 있다.
✅임미화(林美花) 기고자 이력
▪현(現) 나라차태권도 분당도장 관장 (도장 경영 25년 차)
▪현(現) 국기원 도장지원사업 TF팀 위원
▪현(現) 한국무예학회 이사
▪전(前) 국기원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 위원
▪전(前) 국기원 이사 및 국기원 제2건립 도장살리기 TF팀 위원장
▪전(前)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국기원)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태권도학 박사 수료
▪주요 관심 분야 : 태권도의 인문학적 가치 회복, 도장 경영 및 융합 교육 시스템
(위 기고문은 본지의 편집 의도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모든 책임은 정보 제공자에게 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태권도장은 사람을 키우는 인간 교육의 본산이어야 한다>
가천대학교 장세용 교수님의 기고문 "국기원은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
https://www.upkorea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97447 를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다. 태권도 연구가 과학적 데이터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는 지적, 그리고 도장이 학부모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언어로 그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함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읽을수록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데이터는 '무엇을 얼마나'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 태권도여야 하는가'는 설명할 수 있는가?
과학적 검증은 태권도의 중요한 언어 중 하나다. 무도(武道) 역시 신체를 매개로 하기에 생리학적, 역학적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 칼로리 소모량과 근지구력 향상 데이터는 태권도의 신체적 효과를 증명하는 데 분명한 힘을 발휘한다. 그 점에서 교수님의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다만, 그것이 '설계도의 전부'가 될 때 우리는 스스로 위험한 함정에 빠지게 된다.
데이터는 경쟁에서 우리를 구하지 못한다.
태권도의 가치가 오직 '운동 효과'와 '칼로리 소모량'으로만 증명된다면, 우리는 주짓수, 크로스핏, 줄넘기 학원과의 가성비 경쟁에서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더 효율적인 운동은 언제든 등장한다. 데이터 싸움에서 태권도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학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태권도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심폐지구력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체 단련이라는 험난한 과정(수련)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克己)을 기르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어떤 시련 앞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 내면의 근육을 키워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이 태권도만이 가진 고유한 경쟁력이다. 그리고 이 가치는 숫자가 아니라 철학의 언어로 설명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덧붙여진 '옵션'이 아니라 태권도의 '본질'이다.
물론 인성교육이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지적은 틀리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도 동의한다. 문제는 그 해법이 '인성교육을 줄이고 데이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성교육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참된 태권도 사범들은 단순히 '인사 잘하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사범은 다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의(心醫), 즉 마음의 의사가 되어야 하며, 당장의 성과보다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모소대나무의 철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발차기의 각도를 수정하기 전에, 무도 수련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충동을 '절제'하고 삶의 균형을 잡을 것인지를 가르친다.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오랫동안 이어온 무도(武道)의 뼈대 그 자체다.
AI 시대, 태권도장이 더욱 절실한 이유.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수학 문제를 풀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방대한 지식을 순식간에 처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일자리보고서 2025'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회복탄력성, 창의적 사고, 공감과 경청 능력을 꼽았다. 주목할 것은 이 역량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관계와 경험' 속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이다.
태권도 수련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어떤 교육과도 구별되는 고유한 강점을 가진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신체적 실패의 반복, 사범과 선후배 사이의 위계와 배려가 공존하는 대면 관계, 겨루기에서 온몸으로 배우는 절제와 승패의 수용.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은 흔하지 않다. 적어도 지금 이 시대에, 알고리즘이 이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전국 1만여 개에 달하는 태권도 도장은 단순한 운동 시설이 아니다. 대도시 골목부터 농어촌 구석까지 촘촘하게 자리 잡은 이 공간들은, AI 시대가 앗아가고 있는 '몸으로 배우는 인간 교육'을 가장 넓게, 가장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다. 국기원은 이 잠재력을 직시해야 한다.
국기원의 진짜 역할은 두 날개를 함께 키우는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은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축이 함께 서야 태권도는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갖춘다. 생리학 데이터가 태권도의 '몸'을 설명한다면, 철학과 인문학은 태권도의 '영혼'을 설명한다. 몸만 있고 영혼이 없는 것은 기계이며, 영혼만 있고 몸이 없는 것은 관념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기원이 진정으로 세워야 할 설계도는 생리학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AI 시대에 태권도장이 어떻게 인간 교육의 중심이 될 것인가' 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현장에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AI 시대에 맞는 태권도 인성교육 커리큘럼 개발, 사범 대상 인문학 소양 연수 의무화, 도장 교육철학 인증제 도입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본동작의 궤적 속에서 '신독(愼獨)'의 가치를 찾아내고, 겨루기의 치열함 속에서 '상호 존중'의 철학을 어떻게 체계화하여 지도자들에게 교육할 것인가. 이 질문에 국기원이 먼저 답해야 한다. 숫자로 환산되는 신체 능력 향상은 이 깊은 정신적 수련에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모래 위에 지은 성은 무너진다. 데이터 위에만 세운 태권도도 다르지 않다.
AI가 모든 것을 계산하는 시대일수록, 계산되지 않는 것의 가치는 더 빛난다. 사범의 참된 철학과 진심 어린 사랑으로 제자의 삶을 감동시키는 태권도는, 그 자체로 AI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간 교육의 정수(精髓)다.
국기원이 세워야 할 진정한 설계도는 바로 그 두 날개 위에 있다.
✅임미화(林美花) 기고자 이력
▪현(現) 나라차태권도 분당도장 관장 (도장 경영 25년 차)
▪현(現) 국기원 도장지원사업 TF팀 위원
▪현(現) 한국무예학회 이사
▪전(前) 국기원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 위원
▪전(前) 국기원 이사 및 국기원 제2건립 도장살리기 TF팀 위원장
▪전(前)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국기원)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태권도학 박사 수료
▪주요 관심 분야 : 태권도의 인문학적 가치 회복, 도장 경영 및 융합 교육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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